비행기가 남긴 자취, 화학물질이라며 피해 보상 요구한 주민의 사연

2018년 12월, 미국 플로리다의 해안 상공에서 목격된 특이한 원형들의 자취, 이 전에 발견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에 이를 발견한 사람들은 UFO의 흔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상한 원형의 정체는 다름 아닌 '비행운(contrail)'이었습니다. 이튿날, 미국의 날씨 뉴스에서는 신비로운 모양의 비행운이 훈련 중이던 공군 비행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비행기가 남긴 구름, 오늘은 '비행운'에 대한 진실들을 모아 정리해드리고자 합니다.


Q. 비행기 구름이 남긴 화학물질 논란?

최근 A 항공사의 해외 지점에서는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화학 물질을 뿌리고 지나갔다는 불만 이메일을 접수했는데요. 하늘을 찍은 증거 사진과 해당 항공기의 이동 경로를 함께 첨부하면서 자신이 항공기가 공중에 내뿜은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며, 구체적인 성분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A 항공 측은 진정인이 목격한 것은 비행운이라며, 상세 자료를 통해 비행운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Q. 비행운은 무엇일까?

물방울 자취 또는 수증기 자취라고도 불리는 비행운('condensation trail' - 줄여서 'contrail'이라 지칭)은 항공기 엔진이 배기가스를 내뿜을 때나 기압의 변화가 있을 때 발생되는 선형 구름입니다. 비행운은 크게 2가지 요인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비행기들이 남기고 간 비행운 / inside climate news

첫 번째는 엔진 배기가스에 의한 것입니다. 비행운은 대부분 얼음 결정 형태의 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항공기가 높은 고도(8000미터 이상)를 지나갈 때, 배기가스가 주변의 낮은 대기 온도(영하 37도 이하)와 반응하면서 배기가스 분자에 수증기가 달라붙어 물이 형성되고, 온도가 더 낮아질 경우 이러한 물이 얼음 분자가 되어 비행운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는 높은 고도와 낮은 온도라는 조건이 맞지 않아 엔진에 의한 구름은 잘 생기지 않습니다.

 

수증기와 배기 분자들이 압축되면서 물과 얼음으로 변해 비행운이 되는 과정 / air services australia

두 번째로 비행운은 엔진뿐 아니라 항공기 날개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데요. 항공기는 기체를 띄우기 위해 위아래 공기 속도를 달리하도록 날개를 설계합니다. 앞 쪽에서 갈라진 공기가 날개 끝에서 다시 만나면서 부분적으로 기압과 공기가 내려가는데, 이때 수증기가 얼면서 비행운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날개에 의해 만들어지는 비행운은 이륙 후나 착륙 전에 주변 온도가 낮고 습도가 높을 때 자주 생깁니다.

 

Q. 비행운은 얼마나 지속될까?

비행운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수 초나 수 분 만에 사라지기도 하지만,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목격되기도 합니다. 또 수 마일에 이를만큼 그 모양이 넓게 퍼져 있는 경우도 있어 자연적인 구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Q. 과연 비행운 속에 화학물질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엔진 배기가스에 의해 수증기 입자가 붙어서 생기는 비행운에는 아주 극소량(연료 무게의 0.05% 미만)의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히 미량이기 때문에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비행 트래픽의 증가로 인해 있을 수 있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공사 측은 항공 배기가스의 배출을 최소화하도록 권고받고 있습니다.

항공 기술의 발달로 인해 먼 미래에는 연료의 완전 연소 덕에 비행운을 보게 될 가능성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비행운이 온실가스와 마찬가지로 땅에서 올라오는 열을 가둬두는 역할을 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2005년에 항공 트래픽이 지구온난화에 주는 영향은 5퍼센트였으나, 국제 항공 운송량이 증가하는 2050년에는 3배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지구온난화는 엔진 배기가스 속의 이산화탄소와 비행운의 영향으로 가속화되기 때문에, 인간의 노력으로 이를 최소화하자고 환경 단체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낭만적으로 보이는 비행기가 남긴 구름 속에 들어있는 진실을 지금까지 함께 만나보았는데요. 항공 기술의 진보로 앞으로는 보기 힘들어질지, 아니면 항공 트래픽의 증가로 미래에도 여전히 지구온난화의 요인이 될지는 인류가 장기적으로 노력하며 지켜봐야 할 과제인 듯합니다.

Q. 블랙이글이 에어쇼에서 남긴 비행의 자취는 자연스럽게 생긴 비행운일까?

블랙이글은 우리나라 공군이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전투기 T-50을 개량한 기종으로 해마다 에어쇼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국제 무대에서도 당당히 한국 비행 기술의 우수성을 카리스마 있게 증명하고 있죠. 블랙이글이 최고로 빛나는 순간은 아마도 하늘에서 상징성 있는 문양을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때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블랙이글의 전투기가 하늘에서 남긴 자취는 자연스러운 비행운일까요? 한 항공 관계자에게 질의한 결과, 에어쇼의 특성상 어떤 날씨에서도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에 블랙이글의 전투기가 하늘에 남긴 형상은 자연스럽게 생긴 비행운이 아니라, 선명한 색깔의 염료를 분사함으로 인해 생기는 효과라고 합니다.

블랙이글의 에어쇼
블랙이글의 에어쇼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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