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노키즈존' 요구에 '아기 지도'까지 제공하는 항공사는?

보고만 있어도 귀여운 아기들, 그렇지만 만일 당신이 13시간 비행을 앞두고 아기 옆 좌석에 앉게 된다면 어떨까요? 사실 영유아는 기내 기압 차이로 인해, 비행 중 극심한 고통을 느껴 큰 소리로 울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때 비행기의 뒷좌석 등에서 아이를 달래며 주변 승객들을 배려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짜증을 내는 승객과 답답해하는 부모 사이에 실랑이가 생겨 아예 비행기에서도 '노키즈존'을 만들자는 사람들의 의견도 많습니다. 오늘은 아기 옆에 앉기를 꺼려 하는 승객들을 위한 고심 끝에 나름의 묘책을 제시하는 항공사들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일본항공이 좌석 배정시에 제공하는 '아기 지도'

좌석 배정시에 '아기 지도'를 제공하는 일본항공

최근 일본항공(JAL)은 유아의 울음소리에서 자유롭고 싶어 하는 승객들을 위해 나름의 대안을 준비했습니다. 승객들이 좌석을 배정할 때, 좌석 맵에서 유아들이 어디에 앉게 될지 보여줌으로써 자리 선택의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죠.

항공사의 좌석 선택 맵은 미리 좌석을 배정한 영유아들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최근 일본항공을 이용하게 된 승객은 장거리 비행을 위해 어디에 앉으면 좋을지 좌석 선택에 고민하던 중 아기 배시넷(유아용 침대)의 위치가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도상에 표시된 아기 아이콘의 중 일부는 일반적으로 배시넷이 있는 장소가 아닌 곳도 있어서, 과연 이 표시가 실제 영유아가 앉게 될 것이라는 뜻인지 의아했다고 합니다. 

 

배시넷 사진 / Getty Images & courtesy CoziGo

승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본항공에서는 좌석 차트의 '어린이 아이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했는데요. 생후 8일에서 2년 미만의 영유아와 함께 비행하는 승객들이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좌석을 미리 배정한 경우, 같은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이 좌석을 선택할 때 스크린에서 아이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본항공 홈페이지에서 좌석 배정 시 확인할 수 있는 '베이비 아이콘' / JAL 웹사이트

그러나 일본항공 측은 승객들이 전적으로 좌석 배정 시에 이 맵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JAL 공식 웹사이트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이 티켓을 예매할 경우, 어린이 아이콘이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만약 항공기 기종이 바뀌게 될 경우, 아기의 위치를 알려주는 아이콘이 제대로 된 위치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기와 비행 / 셔터스톡

하지만 여러 변수가 있더라도, 잦은 장거리 출장으로 비행기에서 밤을 보내는 때가 많은 승객, 아메드는 베이비 맵을 참조해보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밤새도록 우는 아기 근처에서 불면의 밤을 보낸 좋지 않은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만일 가능하다면 선택의 권한이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아기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대양을 횡단할 정도로 긴 비행이라면 확실한 휴식을 보장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도쿄로 비행할 계획이 있는 아메드는 13시간짜리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면서 아기의 위치를 미리 알고, 좌석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 일본항공의 새로운 예매 시스템에 감사하며 그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다른 항공사에도 이 시스템이 도입되기를 희망한다며, 2주 전 뉴욕에서 카타르로 가는 장거리 비행 중 소리를 질러대는 3명의 아기들 옆에 앉아 너무 힘들었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일본 항공의 '베이비 아이콘' 제공을 만족해하는 승객의 트위터 글 / @dequini

성인들에게 아이들이 어디에 앉게 될지 미리 알려주는 한편, 일본항공은 아이와 함께 비행하는 가족들을 배려하는 여러 서비스도 제공하는데요. 2세 미만의 영유아에게 항공사가 가지고 있는 베이비 시트를 빌려주거나, 규격에 맞는다면 개인적으로 가져온 베이비 시트를 기내에 가져오는 것을 허락하기도 하며, 아기 분유에 맞는 온도의 물을 제공하고, 아기를 위한 선물과 엔터테인먼트 영상도 제공한다고 합니다. 

 

아기의 비행 / needpix


저소음구역 좌석을 구매할 수 있는 '에어아시아' 항공

에어아시아는 좌석 선택 시에 레그룸이 넓어 보다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자리를 '핫시트'라고 지정하고, 비지니스 좌석 뒤의 공간을 '저소음구역'으로 정하여 보다 조용하게 목적지까지 가고자 하는 승객들이 희망할 경우 추가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0세 미만은 저소음구역 좌석을 구매할 수 없도록 하여, 적어도 어린아이로 인해 수면 부족을 겪지는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노키즈존'을 원하는 승객들에 대한 대안으로 보입니다. 

 

연보라색으로 표시된 핫시트 및 저소음구역 / 에어아시아 웹사이트

 

에어아시아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항공, 스쿠트 항공, 인디고도 추가 비용을 낼 경우 '아이 없는 구역'에 앉을 수 있습니다.

 


불편한 승객, 눈치 보이는 부모, 비행이 힘든 아이,

그리고 그들 사이에 선 항공사

 

비싼 값을 지불하고 티켓을 구입한 만큼, 하늘에서 호사를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받고 싶은 것이 대부분 승객의 마음일 것입니다. 익숙치 않은 밀폐된 공간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자체로 평상시보다 더 예민해지기 마련인데요. 이에 더해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건이 주변에 있다면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번 불쾌한 경험을 한 승객들은, 아이가 너무 어리면 장거리 비행을 자제하던지,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주변 승객들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보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비행이 힘든 영유아와 부모 / 셔터스톡

한편 이러한 승객 이상으로 비행이 두려운 것은 자신의 자녀가 주변 승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비행기에 타는 부모이기도 합니다. 영유아의 경우 어른보다 귀가 더 섬세해서 작은 자극에도 고통을 느끼는데,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거나 착륙하는 순간에 극도의 자극으로 울음을 터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에 달래는 데 더 어려움이 있다 보니, 아이가 소리를 지르는 순간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불편한 시선에 부모는 답답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죠.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 자꾸만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억울하기도 합니다. 

탑승할 때부터 미리 주변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메시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마치 아이가 미리 사과를 하듯이 편지를 재치있게 쓰고, 지퍼백에 사탕과 소음 방지를 위한 귀마개도 넣어 미소를 유발하기도 하죠.

실제로 인사이더지에는 4개월 된 아기와 함께 인천-샌프란시스코 비행 편에서 200명이 넘는 승객들에게 사전 양해를 부탁하며 선물을 준비한 한국 엄마의 이야기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엄마의 정성과 노력에 비행기에는 감동의 물결이 일었는데요. 한편, 엄마의 노고에 안쓰러움을 표하는 승객도 있었습니다. "4개월 된 아기가 무의식적으로 우는 것은 생존의 방법 중 하나인데, 200명 승객들에게 일일이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며 사과할 필요 없다. 아기가 있어서 사과를 해야 한다면, 기침하거나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시끄럽게 음악을 듣거나 술 취하거나 민폐를 일으킬 여지가 있는 사람들도 다 사과를 해야 하는데 대개 그러지 않는다."라며 부모들에게 승객들을 배려하는 에티켓은 가지되, 지나친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노키즈존' 요구에 머리가 복잡해진 항공사 측

비행기에 '노키즈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세계 항공사들도 고객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심에 빠졌습니다. 사실 그 어떤 것보다 '아이'에 대한 문제는 매우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죠. 미국의 경우, 필요한 경우 정서적 지원 동물도 승객과 동반하여 탑승할 수 있게 한 제도와의 형평성 논란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기에 항공사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728x90

댓글

Designed by GOING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