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월급에 보태라며 자기 용돈 준 초3 어린이…미국 교사 얼마나 박봉이길래?

9살짜리 소년은 보통 생일 때 용돈을 받으면 장난감이나 비디오 게임을 사는 데 쓰기 마련인데요. 그러나 미국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한 소년은 조금 색다른 곳에 돈을 쓰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파커 윌리엄스는 그의 생일 선물로 15달러를 받았는데요. 자신을 위해 쓰는 대신, 소년은 탬파시의 고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담임 선생님의 봉급 인상을 위해 용돈을 드리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소년의 소식은 CNN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의 전파를 탔습니다.


파커 윌리엄스 / CNN

윌리엄스는 선생님께 작은 편지와 함께 5달러 지폐 3장을 포장해서 넣었습니다. 비뚤비뚤했으나 정성 들여 쓴 아이의 글씨에는 선생님을 향한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윌리엄스는 방송을 통해 "우리 선생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예요. 선생님은 모두에게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시거든요."라고 인터뷰했는데요.

소년과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 / 페이스북 @Darrell R Williams

 

챔버 선생님께,

선생님들은 일하시는 것만큼 충분한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 선물 받아주시겠어요?

 

아들의 계획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모님은 뒤늦게 이 사실을 접했는데요. 이내 윌리엄스의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소년의 어머니 / CNN

담임선생님의 친절한 대답이 적혀 있는 편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걸 받을 수 없겠지만 너의 선의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

너와 같은 학생들이 바로 내가 가르치는 이유란다."

 

선생님은 아이의 선물을 받지 않았으나, 소년은 자신의 마음이 전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데요. 이 일로 기분이 참 따뜻하고 좋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의 아버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과 선생님이 나눈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올렸고, 이 내용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소년의 따뜻한 마음과 교사들의 낮은 처우에 대한 이슈가 미국 전역에 다시 한번 알려지게 된 것인데요.

소년의 아버지가 남긴 글 / 페이스북 @Darrell R Williams

그렇다면 도대체 선생님의 사정이 얼마나 안타까웠길래 초등학교 3학년의 소년이 자기의 용돈을 내밀게 된 것일까요? 이 일화가 미국 전역에 전파를 타게 된 이유는 소년의 담임 선생님 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선생님들이 고된 강도의 일에 비해 낮은 처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미국 교사들

미국 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급기야 시카고 교사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벌였습니다. 약 2만 5천 명 이상의 교사들이 집회에 참가했고, 이로 인해 36만 명 이상의 학생들은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시카고 교사들 / CNN

또한 교사들은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있어 사회복지사, 간호사, 심리상담가 같은 더 많은 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카고에는 학급당 평균 40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학급 과밀로 수업의 질도 함께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washingtonpost.com

2019년 OECD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15년 차 초·중등학교 교사들의 중위 소득은 약 62,404달러인데요. 고등학교 교사들은 64,426달러로 이보다 조금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중위 소득 통계만으로는 전체 그림을 그려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위 10퍼센트의 소득 수준인 교사들은 1년에 40,000달러를 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침체기를 지난 이후 대부분의 직업들이 연봉을 점차 올려 지급한 것에 비하면, 교사의 연봉은 지난 10년간 오히려 3퍼센트 가까이 떨어졌는데요.

특히 물가가 높은 대도시의 경우 주거비 및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크기도 합니다. 

자비로 수업 준비물 사야 하는 공립학교 교사들, 더 얇아진 교사 지갑

미국 선생님들의 지갑이 유독 얇은 이유, 여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더 있습니다. 

우선 국가에서 내려온 교육 재정이 부족해 선생님들의 학생들이 사용할 수업 재료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입니다. 

사비를 털어 수업 준비물을 구입하는 미국 공립학교 교사 / nbcnews

세계 최대의 강국이라 불리는 미국임에도, 지역이나 개인마다 부의 편차가 심하고 복지의 그늘에 가려진 곳이 많은데요. 빈곤 지역에 위치한 공립학교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서, 교사가 개인의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아이들이 배움에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힘쓴다고 합니다.


셔터 스톡

통계에 따르면 교사가 개인 사비로 아이들의 학용품이나 간식비를 지출하고도 되돌려 받지 못한 비용이 평균 500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10명 중 9명의 공립학교 교사들이 수업 준비물을 자비로 산다고 답했으며, 반드시 수업에 필요한 분필, 크레파스부터 수업 기기,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교사들은 어느샌가부터 자신의 주머니에서 수업 물품을 구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고 답합니다.


방학 때 '투 잡' 뛰는 교사들

교사가 직면하는 또 다른 어려움은 방학 때 월급이 나오지 않는 것인데요. 1년 중 일하는 10개월간 월급이 지급되고, 학교가 문을 열지 않는 2개월간의 방학 때에는 월급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은 방학 동안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추가적인 일을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세컨드 잡으로 이 팻말 샀다'는 구호 외치는 교사 / peoplesworld.org

미국 노동청에서 실시한 통계에 따르면, 공립학교 교사 평균 6명 중 1명이 여름방학 동안에도 투 잡을 뛴다고 하는데요. 방학 중에 벌어들인 소득은 총 연봉 대비 약 9 퍼센트 정도의 비율로 꽤 큰 비중이기 때문에, 교사들은 다음 학기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 방학 기간에도 재충전과 연구를 하지 못하고 추가적인 직업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합니다.

 

방학 때 투잡 뛰는 교사 / wcbi.com


저임금으로 기피하는 직업이 된 교사, 필리핀에서 아웃소싱

미국은 이제 자국에서 채우지 못한 교사 일자리를 외국 노동자들로 수혈해야 한다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10월 기준, 미국 전역의 교실에는 약 3만 명의 외국인 교사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필리핀 출신이 대부분입니다. 

publicnewsservice.org

실제로 미국 애리조나주에는 심각한 교사 부족을 겪고 있어서 미국 내의 인력으로 채우지 못한 자리를 필리핀과 같은 해외 이주 노동자들이 감당한다고 하는데요. 고강도 저임금이라 대변되는 '가르치는 일'을 미국인들이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애리조나 주는 미국 50개 주 중에 45위로 기록될 정도로 교사의 연봉이 매우 낮은 주입니다.

letsrun.com

최근 필리핀 여성들이 애리조나의 도시 투싼으로 몰리고 있는 이유는 한 달에 400달러 정도를 버는 필리핀에 비해 미국에서는 9배 정도 많은 수입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필리핀 여성 록신은 1,400개의 교사 자리가 남아 있다는 구인 광고를 보고 필리핀에 아이 3명을 남겨둔 채 미국 애리조나로 기회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기회를 찾아온 록신 / CBS News

전반적으로 미국인들은 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상당 부분 동의를 하는 모습입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낮은 연봉과 처우는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봉사와 사명감으로 선택하는 직업이 교사이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위협받는다면 질 높은 인력은 결국 고임금을 보장하는 곳으로 몰리게 됩니다.


'당신이 교사들을 꼴찌로 대접한다면, 학생들도 최고 대접을 받을 수 없다' / labor411.org

국가 발전의 동력은 결국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교육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질 낮은 교육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 국가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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